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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 | 티아민 결핍증에 의한 고양이의 신경증상 증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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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OYAL 등록일14-06-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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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민 결핍증에 의한
고양이의 신경증상 증례
 
티아민(thiamine, vitamin B1)은 체내 당대사에 관여하는 보조효소이다. 신선육과 곡물에는 티아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고양이에서의 발병은 티아민 함량이 낮은 상업용 사료를 먹거나, 티아민 분해 효소(thiaminase)가 함유된 생선이나 그 캔을 섭취했던 고양이에서 주로 나타난다.
 
티아민은 당대사를 통한 에너지 생산에 관여하므로 그 결핍은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중추신경과 말초신경, 심장, 소화기, , 피부 등 여러 기관에서 문제가 발생하지만, 개와 고양이에서는 척수와 말초신경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으며 주로 뇌에 한정되어 병변이 발생했다고 보고된다. 그 외 심근병증을 유발한 사례도 있었다.
 
티아민이 부족해진 시점부터 증상발현까지는 시간이 걸리나, 일단 발현이 되면, 증상은 급속도로 진행된다. 초기엔 기력 및 식욕저하, 산동, 동공 빛 반사가 없으며. 진행되면 질병 특이적인 기도하는 자세(neck ventroflexion)와 함께 사지강직, 전정증상(vestibular sign)이 나타나고, 후궁반장에서 경련으로 진행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진단은 주로 문진과 증상, 그리고 치료에 대한 반응을 통해 이루어진다. 병력 청취에서 식이에 문제가 있고( 4주 내 식이변화가 있었거나, 생선을 주식으로 함), 특징적인 증상(특히, 양측산동,‘기도 자세’)들이 나타나면 티아민 결핍증을 의심해야 한다. 급성으로 진행되므로 빠른 치료가 요구되며 치료에 대한 반응도 빠르므로, 티아민 투약 후 반응을 보는 것이 가장 쉬운 진단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 비타민 B는 부작용도 거의 없다. 티아민 결핍증의 실험실적 진단은 혈액 내 감소한 transketolase를 확인하는 것이다. transketolase는 티아민 의존성 효소로 당 대사 경로 중 하나인 오탄당 인산염 경로(pentose phosphate pathway)의 촉매제이다.
Transketolase는 티아민 결핍 초기부터 활성도가 저하된다. 그러므로 혈액에서 이 효소의 활성도를 측정하여 티아민의 체내 저장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혈청으로 티아민 농도를 측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티아민 결핍증은 빠른 진단 및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검사들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비용과 기술적인 문제로 임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티아민 부족으로 인한 뇌병변은 특정 위치에서 나타난다. 아래 둔덕(inferior colliculi, 중뇌부분: 청각관련)과 외측 슬상핵(lateral geniculate nuclei, 간뇌부분: 시각관련), 수도관 주위 회색질(periaqueductal gray matter), 고삐핵(habenular nuclei, 시상상부:
후각관련), 내측 전정핵(medial vestibular nuclei, 뇌간: 몸의 운동과 위치감각 조절), 소뇌 결절(cerebellar nodulus), 안면신경(facial nerve)에서 점상 출혈을 보인다. MRI에서도 이들 부분에 양측 대칭성으로 T2 신호가 증가된다. 왜 티아민 결핍이 뇌에서 선택적 병변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밝혀진 기전은 없다. 다만, 실험적으로 티아민 결핍을 유발한 동물이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환자 모두 이 부분에서 병변이 관찰되었다. 이 중에서도 개체에 따라 가장 취약한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영상들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뇌의 회색질 부분에 양측 대칭성 고에코 변화는 티아민 결핍증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치료는 부족한 티아민을 공급(dog: 25~50mg/day, cat: 10~20mg/day IM, SC, IV)하면, 1~2일 내로 극적인 호전을 보인다. 정맥 주사는 과민반응 가능성이 있어서 10분 이상 천천히 주입해야 한다. 수액에 섞으면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차광한 주사기에 티아민 주사제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신경증상이 차도를 보이고, 환자가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경구제제(5~30mg/cat/day)로 전환한다. 티아민 결핍 증상이 모두 해소되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최소 4주 이상 투약한다. 심각하게 진행된 경우만 아니라면 치료에 대한 반응은 매우 좋다. 그러나 경련까지 진행되었다면 이미 뇌가 영구적인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어 티아민 치료에 반응 없이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
 
다음은 사료 판매상에서 구입한 저급사료를 6개월 동안 공급했던 고양이에서 발생한 티아민 결핍증에 대한 증례이다.
 
 
증례
네 살, 암컷, 페르시안 고양이가 2주 전부터 식욕부진, 기력저하를 보였으며, 내원당일 소파에 오르려다가 떨어지는 것을 보호자가 목격하고 내원하였다. 신체검사 상, 체온이 35.6도로 저체온이었고, 5% 탈수소견을 보였다. 동공은 산동된 상태로 동공 빛 반사가 없었다. 협박반사는 있으며, 물체의 이동에 따라 시선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시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로 처치대에 웅크리고 앉아 움직임은 관찰할 수 없었다.
 
● 혈액 검사
CK LDH가 정상보다 2배 정도 상승했으나, 환묘의 증상과 연관성이 있는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 방사선 검사
방사선 외측상 L1 위치에서 방사선 투과도가 감소한 원형의 물질이 확인되었다. 복배상에서 가로 결장에 위치해 있으며, 혼합 밀도로 보아 헤어볼로 추측되었다. 이미 결장을 통과하고 있어 문제가 될 소지는 낮아보였다. 그 외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 초음파 검사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 환자의 경과
본 환자는 3일 동안 식욕이 없고, 몸을 만지면 입원장에 발작적으로 부딪혔다. 입원장 밖에선 후지가 경직된 보행을 보이며, 걷는 동안 머리떨림(head tremor), 운동조화불능(incoordination)이 관찰되었다. 몇 걸음 후, 중심을 못 잡고 쓰러졌다. 입원장 안에서도 사지가 뻣뻣한 상태에서 구르기(rolling)를 하였으며, 이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입원장에 지속적으로 부딪혔다. 움직임을 멈춘 후엔 머리를 바닥을 향해 굽힌 채로 엎드려 있는 모습이 관찰되었다(ventroflexion).
 
운동실조와 균형이상, 강직의 원인으로, 혈액검사를 통한 뇌외성 문제는 배제되었다고 보고, 뇌내성 원인을 평가하기 위해 MRI CSF검사를 의뢰하였다. MRI 검사에서는 뇌실질의 특징적인 해부학적 위치(슬상핵, 아래둔덕, 전정핵)에서 대칭적인 변화가 관
찰되었는데, 이는 뇌수막염과 경색 등의 원발성 질환보다 속발성 뇌병증에 의한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티아민 결핍에서 주로 나타나는 소견이다(그림 1). CSF 검사에서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림1.jpg
그림 1. 뇌의 MRI 검사. 슬상핵(geniculate nucleus), 아래둔덕(inferior colliculus),
전정핵(vestibular nucleus)에서 T2 고신호 병변이 나타남
 
 
치료 및 경과
MRI 검사 결과에 따라 티아민을 투약하여 진단적 치료를 시도하기로 하였다. PanBCom으로 티아민 10mg/cat/day, IV를 하였다. 티아민을 투여한 후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환자의 상태가 극적인 호전을 보였다. 입원장 안에서 몸과 고개를 말고 엎드려 있거나, 앉으려 해도 균형을 못 잡고 쓰러지던 이전과 달리 등과 목을 세운 상태로 앉아 있으며, 넓은 공간에선 아직 비틀거림이 남아있지만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하였다. 식욕도 정상으로 돌아 왔으며 동공 빛 반사도 회복되었다. 티아민 치료 4일 째, 식욕은 정상이고 머리떨림 외에는 신경증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VitB1 정제를 bid로 처방하여 퇴원 조치하였다.
 
1주일 후 내원 시, 정상적인 보행을 보이고, 보행 속도도 빨라졌다. 아직 머리떨림 증상은 남아 있었다.
 
2주일 후, 머리떨림 증상은 소실되었다. 집에서 점프를 시도하나, 목표 지점에 오르지 못하고 책장에 부딪힌 후로 점프하기를 꺼려한다고 하였다. 이 환묘는 주기적으로 내원하여 신경증상 여부를 평가할 예정이다.
 
 
그림2.jpg

 
 
고찰
티아민은 당대사에 관여하는 transketolase, pyruvate dehydrogenase, α ketoglutarate dehydrogenase의 조효소이다. 티아민 결핍으로 이 효소들의 활성은 억제되고, 당대사의 중간 산물(피루브산과 젖산)들이 뇌에 축적되어 신경세포에 손상
을 주게 된다.
 
본 증례의 환묘는 사료 판매상에서 구입한 저급 대용량 사료 두포를 6개월 동안 섭취한 후 티아민 결핍 증상이 나타났다. 티아민이 부족한 식이를 급여하기 시작한 후 보통 4~6주 후에 체내 티아민 저장량이 고갈되어 증상이 나타나나, 이 환묘는 발증 시기가 늦은 편이었다. 티아민 결핍증의 확진은 혈액 내 감소한 transketolase의 활성도나 티아민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병의 진행이 빠른 것에 반해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길다. 따라서 검사 결과가 나온 시점에서는 이미 티아민 결핍증 환자가 실험적 투약으로 회복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비용이 저렴하고, 빠른 검사가 가능하다면 식욕부진과 기력저하의 초기증상을 보이며 내원하는 고양이에서 선별검사에 이들 검사를 추가할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이 환묘는 신경증상의 뇌내성 원인을 평가하기 위해 MRI 검사를 의뢰하였다. 모든 티아민 결핍 환자가 전형적인 증상과 병력으로 내원하는 것은 아니기에 신경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MRI는 꼭 고려해야하는 진단법이다. 그러나 비용상의 문제로 MRI까지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다. 특히 이 환묘의 경우, 티아민 결핍증에 대한 수의사의 인지가 없고, 신경증상에 투약하는 일반적인 약물들로 접근했을 경우 예후가 불량했을 수도 있다. 비록 그 결과가 가끔은 광범위한 원인을 제시하고, 때로는 특발성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신경증상 환자에서 MRI를 통한 진단적 접근은 필요하다.
 
본 증례에서 transketolase의 활성도나 티아민 농도는 측정하지 않았지만 임상증상과 MRI검사 소견, 티아민 투약으로 증상이 개선되어, 티아민 결핍증으로 인한 신경증상으로 확진 할 수 있었다.
 
 
 
 
 
 
그림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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